동물_비둘기 안녕_씽

2015. 9. 15. 16:36
비둘기 안녕
어쩜 저렇게 더러울까? 심지어 발가락이 하나 없다. 왜 새가 땅바닥을 걸어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거야. 걷는 모습도 이상하다. 굳이 걸을 때마다 머리를 앞뒤로 계속 흔들어대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전방을 쪼듯이 부리를 내미는 모습은 꽤나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취객이 흩뿌려놓은 지난 밤 안주의 잔해들을 쪼아 먹는 모습이 이젠 너무나 익숙하다. 꼬질꼬질하게 쩔어있는 깃털과 언제 물에 담갔는지도 알 수 없는 거무티티하게 물든 발목과 발가락. 닭발과도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비위가 상한다. 먼저 사람을 공격한적은 없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 무서워 질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여 앞에서 날아오르기라도 하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걸어가는 길 앞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옆으로 슬쩍 비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약이 올라 발길질을 당하기도 한다. 닭둘기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얼마나 주워 먹고 다닌 건지 불뚝 튀어나온 배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저들에게 과자며 쌀이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저들을 굶기는 것이 나라의 정책이 되기도 했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혐오스러운데 배설물이 환경오염과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그냥 싹 없애버려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생명이니까 죽일 수는 없다고 하는데, 이미 존중해 줄 생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괜한 착한 척을 하는 건 아닐까 싶다. 하긴 죽인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먹지도 못하고, 되려 처리하는 데 돈이 더 들겠다는 계산이 앞선다. 시내에 닭이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닭이 유해동물로 지정이 되고,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있는 비둘기를 튀겨 먹는 세상이 됐을지도…
혹시 저들은 닭의 삶을 본 적이 있을까? 요즘 자주 먹고 있는 토사물의 잔해 속에 닭의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텐데. 좁은 철장에 갇혀 하루 종일 사료를 쪼아 먹고, 새끼를 낳아도 모두 빼앗기고, 번식을 강요당하고, 평생 목욕 한 번 못해보고, 대략 생후 6개월이면 털이 다 뽑혀 머리가 잘린 채로 인간들의 먹이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닭들의 삶을 말이다. 그에 비하면 저들은 가끔 비오는 날 깃을 속아 목욕도 하고, 날고 싶을 때 날아갈 수 있고, 자유롭게 짝짓기를 하고,  자기 새끼를 낳아 기를 수도 있지 않은가.
저들도 알고 있겠지. 인간이란 동물이 자신들을 천대하고 업신 여기지만 굳이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짓을 하진 않는다는 걸. 게다가 종종 먹을 것도 제공해주는 상생의 관계라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단지 저들이 생명이기에 대놓고 죽일 수 없을 뿐이며, 다 죽이기 위해 치뤄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냥 방치하고 있을뿐이데. 그리고 닭은 알고 있을까. 너흰 그냥 인간의 먹이일뿐이라는 걸. 그럼에도 비둘기도 닭도 각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물론 모든 동물이 인간답게 살 이유는 없다.
동물이 본능에 따라 그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인간의 행태가 인간다움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모순을 벗겨내기도 어렵다.
제도권에 묶여 닭같이 사는 인간과, 닭같은 삶이 싫어 제도권을 뛰쳐나온 인간,
어쩌면 인간답게 사는 인간이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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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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